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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의 DNA, 기업의 100년 청사진이 될 수 있는가?

오늘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단기적 성과와 생존에 매몰된다. 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 즉 ‘북극성’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박홍석 기자입력 2025년 10월 10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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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안갯속에서 기업을 100년의 미래로 이끄는 것은 최신 기술이나 단기 전략이 아닌, 처음부터 존재했던 단 하나의 나침반, 바로 창업자의 철학 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불확실성의 안갯속에서 기업을 100년의 미래로 이끄는 것은 최신 기술이나 단기 전략이 아닌, 처음부터 존재했던 단 하나의 나침반, 바로 창업자의 철학 이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오늘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단기적 성과와 생존에 매몰된다. 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 즉 ‘북극성’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오늘날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수많은 기업이 단기적 성과와 생존에 매몰된다.

분기별 실적 보고서와 치열한 시장 경쟁 속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방향성, 즉 ‘북극성’을 잃기 십상이다.

그러나 시대를 초월해 존경받으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는 기업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탄생과 함께 시작된 창업자의 철학이 단순한 구호나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지 않고, 조직의 DNA에 깊숙이 각인되어 살아 숨 쉬는 경영의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과연 창업자의 낡은(?) 철학이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기업의 미래를 이끄는 나침반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단순한 신념의 문제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질문이다.

‘철학’은 어떻게 가장 강력한 ‘전략’이 되는가


흔히 경영 전략이라 하면 시장 분석, 경쟁 우위, 재무 목표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라는 배의 ‘항해술’에 가깝다.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왜 항해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며, 이 해답은 대부분 창업자의 철학에 담겨있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 의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는 "우리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해결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는 사명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다. 이 철학은 파타고니아의 모든 경영 활동을 관통하는 핵심 원칙으로 작동한다.

100% 유기농 목화 사용,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지구세(Earth Tax)', 낡은 옷을 수선해주는 '원 웨어(Worn Wear)' 프로그램 등은 모두 창업 철학에서 비롯된 구체적인 전략이다. 심지어 2022년, 쉬나드는 자신의 소유권 전체(약 4조 원 규모)를 환경 보호 비영리 단체와 신탁에 기부하며 "이제 우리의 유일한 주주는 지구"라고 선언했다.

이는 창업 철학이 단기 이익을 넘어 기업의 소유 구조까지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진정성 있는 지속가능경영 전략임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다.

소비자는 파타고니아의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철학을 구매하고 지지하는 행위로 인식하게 되며, 이는 그 어떤 마케팅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한다.

DNA의 이식: 철학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법


창업자의 위대한 철학도 한 개인의 머릿속에 머문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철학이 지속가능경영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으로 이식되어야 한다.

한국 기업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인 유한양행의 창업자 故 유일한 박사"기업의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그의 철학은 ‘공익정신’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유일한 박사는 생전에 자신의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으며, 아들이 아닌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는 ‘회사는 개인의 소유가 아닌 사회의 것’이라는 그의 철학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한 것이다.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으며, 이는 ‘기업의 주인은 직원’이라는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철학은 유한양행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문화, 노사 간의 신뢰 관계, 그리고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졌다.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그의 철학은 명문화된 정관과 제도, 그리고 조직 문화 속에 살아 숨 쉬며 유한양행을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기업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이처럼 창업자 철학은 단순한 정신적 유산이 아니라, 채용, 평가, 보상, 의사결정 등 경영 시스템 전반에 녹아들어 있을 때 비로소 영속성을 갖게 된다.

계승의 딜레마: 창업자 리스크와 철학의 변질


물론 창업자의 철학이 언제나 긍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의 강력한 카리스마와 철학은 때로 후계자에게 큰 부담이 되거나,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는 경직된 도그마(dogma)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이라는 독보적인 철학으로 세상을 바꿨다. 그의 완벽주의와 직관, 디자인 중심 철학은 애플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의 사후, 팀 쿡(Tim Cook) 체제의 애플은 종종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는 잡스의 철학이 너무나 강력했기에, 그를 계승하는 것이 아닌 모방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창업자의 철학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현될 경우, 이는 심각한 CEO 리스크로 작용하기도 한다.

독단적인 의사결정, 비윤리적 경영 행태 등이 창업자의 ‘성공 신화’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될 때, 기업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성공적인 철학의 계승은 단순히 과거의 것을 지키는 ‘수성(守成)’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읽고 핵심 가치는 유지하되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혁신적 계승’이 되어야 한다.

진화하는 철학: 과거와의 대화를 통한 미래 설계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창업자 철학이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현재의 경영진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진화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의 사례는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 의 초기 비전은 "모든 가정과 책상 위에 컴퓨터를"이었고, 이는 PC 시대를 여는 강력한 동력이었다. 하지만 모바일과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하며 이 비전은 한계에 부딪혔고,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지는 공룡’으로 취급받았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3대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지구상의 모든 개인과 조직이 더 많이 성취하도록 힘을 실어준다(Empower every person and every organization on the planet to achieve more)". 이는 빌 게이츠의 초기 철학인 ‘컴퓨터를 통한 대중의 역량 강화’라는 핵심 DNA를 계승하면서도, PC라는 하드웨어의 한계를 넘어 클라우드와 AI라는 새로운 시대에 맞게 확장하고 재해석한 것이다.

나델라는 과거의 ‘Know-it-all(모든 것을 아는 문화)’을 ‘Learn-it-all(모든 것을 배우는 문화)’로 바꾸며 창업 정신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시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는 창업자 철학이 미래 성장을 위한 강력한 발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결론: 철학은 기업의 가장 깊은 뿌리다


결론적으로, 창업자의 철학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나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존재 이유(Why)를 정의하고,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며, 위기 속에서 조직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구심점이다. 또한, 진정성 있는 철학은 고객과 인재를 끌어들이는 가장 강력한 자석이며,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효과적인 브랜드 자산을 구축한다.

물론 그 철학이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는 의도적인 노력, 시대에 맞게 재해석하려는 후계자의 지혜, 그리고 구성원 모두가 이를 내재화하려는 공감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기적 이익의 유혹과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방향을 잃기 쉬운 오늘날, 우리 기업들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 답을 찾는 여정에서, 잘 정립되고 계승된 창업자의 철학은 기업을 100년의 미래로 이끌 가장 확실하고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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