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Business Review
Korea Business Review

global-economy

미국 정부, 세계 최대 리튬 광산 지분 확보…공급망 전쟁 서막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심장으로 불리는 리튬을 둘러싼 글로벌 자원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최대 리튬 매장지인 네바다주 '테커 패스(Thacker Pass)' 광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핵심 광물 공급망의 자국 내재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태민 기자입력 2025년 10월 3일수정 2026년 5월 26일
Share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테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의 야경.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투자한 이곳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테커 패스(Thacker Pass) 리튬 광산의 야경. 미국 정부가 직접 지분을 투자한 이곳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전기차와 차세대 에너지 저장 장치의 심장으로 불리는 리튬을 둘러싼 글로벌 자원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내 최대 리튬 매장지인 네바다주 '테커 패스(Thacker Pass)' 광산에 대한 직접적인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핵심 광물 공급망의 자국 내재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금융 지원을 넘어 국가가 전략 자원의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파격적인 행보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탈피하고 미래 산업의 패권을 확보하려는 미국의 거대한 전략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결정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파장과 국내 관련 산업에 던지는 시사점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미국 정부의 파격적 결정, 테커 패스 광산 지분 인수


미국 에너지부(DOE)는 최근 광산 개발 기업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의 지분 5%와, 이 회사가 제너럴모터스(GM)와 공동으로 네바다주에서 진행하는 채굴 프로젝트 지분 5%를 추가로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의 대출 계약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약 1억 달러 이상의 신규 자본이 지분 형태로 투입되는 방식이다.

에너지부는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리튬 아메리카스와 22억 6천만 달러 규모의 대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인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자, 프로젝트의 안정적인 추진과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 확보를 위해 단순 대출자에서 주주로 역할을 전환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리튬 가격 변동성 속에서 광산의 재정적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고, 미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지분 참여는 필수적인 조치였다"고 이번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리튬을 단순한 원자재가 아닌, 반도체와 같은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테커 패스 광산의 전략적 가치와 잠재력


네바다주 북부의 외딴 고원지대에 위치한 테커 패스 광산은 2028년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되면 서반구에서 가장 큰 리튬 생산지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광산은 본격 가동 시 연간 약 4만 미터톤의 탄산리튬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미국의 연간 총생산량인 5,000 미터톤 미만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 수치이자, 세계 3위 생산국인 중국의 연간 생산량과 맞먹는 규모이다.

현재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저장 장치, 각종 충전 기기에 필수적인 리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테커 패스 광산의 성공적인 개발은 미국의 리튬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특정 국가에 편중된 공급망의 취약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부터 핵심 소재의 국내 공급망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왔으며, 이번 지분 확보는 그 정책 기조가 더욱 공고해졌음을 시사한다.

끊이지 않는 논란: 환경 및 원주민 권리 문제


그러나 테커 패스 광산 프로젝트가 순탄하게 진행된 것만은 아니다. 2023년 착공 이후, 광산 개발은 지역 원주민 부족, 목장주, 환경 단체의 거센 반발에 직면해왔다.

이들은 광산 개발이 지역의 수자원을 오염시키고, 멸종 위기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며, 원주민들에게 신성한 땅을 훼손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투쟁을 포함한 격렬한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실제로 국제인권감시단(Human Rights Watch)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지난 2월 공동 보고서를 통해, 연방 정부의 광산 허가 과정이 영향을 받는 부족들로부터 '자유롭고, 사전적이며,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free, prior, and informed consent)'를 얻지 못해 원주민의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적 갈등은 프로젝트의 장기적인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요소로 남아있다.

미국 산업 정책의 대전환: 정부 주도 공급망 재편


이번 리튬 광산 지분 투자는 미국 산업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과거 시장 원리를 중시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리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의 지분 10%를 확보했다고 발표했으며, 7월에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생산업체인 MP 머티리얼스(MP Materials)의 최대 주주(지분 15%)가 국방부라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 희토류, 리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지분 투자는 핵심 기술과 자원의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산업적 애국주의'의 본격화를 의미한다.

[KBR 인사이트] 대한민국 기업, 기회와 위기 속 전략적 대응 필요


미국의 이러한 공격적인 자국 우선주의 정책은 국내 배터리 및 전기차 관련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으로 다가온다.

북미 지역에 안정적인 리튬 공급망이 구축된다는 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안정적인 원료 수급을 통해 북미 현지 생산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시장 개입이 가격 통제나 자국 기업 우선 공급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미국 내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캐나다, 호주, 남미 등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멈추어선 안 된다. 또한,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고도화 등 자원 순환 경제 구축을 통해 원자재 의존도를 낮추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시점이다.

결론: 자원 패권 경쟁 시대의 서막


미국 정부의 테커 패스 리튬 광산 지분 인수는 단순한 경제 뉴스를 넘어, 글로벌 패권 경쟁이 군사, 기술을 넘어 이제는 '자원'의 영역으로 본격 확장되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곧 국가의 경제 안보이자 미래 생존과 직결된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다.

테커 패스에서 피어오르는 먼지는 미래 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각축전의 시작을 알리고 있으며,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보다 정교하고 발 빠른 전략적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경영연구 및 사례분석 연구 : KBR경영연구소 · 저작권자 © 코리아비즈니스리뷰(Korea Business Review).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