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과 야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이 네덜란드 최대 규모의 연금 기금 중 하나인 PFZW(Pensioenfonds Zorg en Welzijn)로부터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채권 운용 위탁 계약을 해지당하였다.
이는 글로벌 자산 운용 시장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와 ESG 정책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의 인식 차이가 이번 계약 해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로써 글로벌 자산 운용업계는 수익성 중심의 전통적인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이번 계약 해지는 단순히 특정 운용사의 자금 이탈을 넘어, 투자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한다.
네덜란드 연기금 PFZW는 2030년 투자 정책(Investment Policy 2030)을 통해 수익, 위험, 지속 가능성을 세 가지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이 중 지속 가능성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운용 중이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를 기존 약 3,500개 기업에서 800개로 대폭 축소하고, 탄소 집약도를 벤치마크 대비 현저히 낮추는 등 포트폴리오의 질적 개선을 추구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블랙록과 야누스 헨더슨 등 기존 운용사들의 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투자, 즉 ESG 투자에 대한 요구가 점점 더 커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ESG를 둘러싼 미국 내 정치적 반발과 유럽의 강화된 ESG 규제가 맞물리면서, 블랙록과 같은 대형 운용사들은 양쪽의 상반된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 투자 강화로 전환한 네덜란드 연기금 PFZW
네덜란드 연금 기금 PFZW는 2024년 상반기부터 새로운 투자 정책에 부합하는 외부 운용사 선정 절차를 완료하였다.
이 과정에서 PFZW는 과거의 수동적인 투자 전략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인 운용 방식인 '의식 있는 투자(Conscious Investing)'로의 전환을 선언하였다. 이들은 단순히 지수(Index)를 추종하는 것을 넘어, 포트폴리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였다.
그 결과, 기존에 투자하던 3,500여 개 기업 중 지속 가능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투자 대상을 약 800여 개로 압축하였다. 이와 함께 탄소 집약도를 벤치마크 지수의 249에서 73으로 대폭 낮추고, 파리 기후변화 협정 목표에 부합하는 투자 비중을 23%에서 30%로 끌어올렸다. 이는 PFZW가 수익성뿐만 아니라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동등하게 고려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블랙록, 야누스 헨더슨 등 대형 운용사 계약 해지의 배경
이번 계약 해지는 단순히 운용 성과 부진 때문만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가장 큰 요인은 바로 ESG 투자에 대한 인식 및 실행의 차이이다. 특히 블랙록은 미국 내에서 ESG 정책에 대한 정치적 반발에 직면하며, ESG 용어 사용을 중단하는 등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반면, 유럽의 연기금들은 기후 변화 대응 및 지속 가능성 강화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양측 간의 괴리가 커진 것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 PFZW는 블랙록과 리걸앤드제너럴(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LGIM) 등으로부터 약 290억 유로(약 4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하고, 일부 채권 운용 위탁 또한 야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과 함께 종료하였다.
블랙록 측은 PFZW의 환매 결정에 대해 "PFZW의 2025년 상반기 환매를 확인했으며, 위탁 계약의 투자 목표를 일관되게 달성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는 글로벌 자산 운용 시장의 주요 흐름이 ESG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임을 시사한다.
특히, 블랙록은 2024년 1월 넷제로 자산 운용사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에서 탈퇴하는 등 기후 동맹에서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ESG 정책 기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는데, 유럽의 투자자들은 이러한 행보에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자산 운용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ESG의 중요성 증대
이번 네덜란드 연기금의 결정은 ESG가 더 이상 단순한 유행이나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 성과를 결정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PFZW는 새로운 투자 전략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통해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처럼 유럽의 대형 연기금들은 기업에 대한 ESG 투자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며, 책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금융 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은 이미 ESG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이다.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정(SFDR)을 통해 자산 운용사들이 ESG 관련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공화당 주도의 '반(反) ESG' 움직임이 확산하면서 정치적 이념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러한 탈(脫) ESG 움직임은 미국 내 운용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블랙록과 같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이 같은 복잡한 환경 속에서 전략적인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블랙록의 딜레마와 향후 전망
세계 최대의 자산 운용사 블랙록은 지속 가능한 투자(Sustainable Investing)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정치적 압박으로 인해 ESG 관련 발언 수위를 조절하고, 일부 기후 동맹에서 탈퇴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이는 ESG에 대한 자산운용 철학의 일관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이번 PFZW의 계약 해지는 블랙록의 이러한 이중적인 태도가 현실적인 비즈니스 손실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앞으로 글로벌 자산 운용사들은 각국의 상이한 ESG 규제와 투자자들의 요구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유럽의 대형 연기금들은 ESG 경영을 단순한 사회적 책임이 아닌, 필수적인 투자 기준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ESG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는 운용사들은 점차 시장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지속가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친환경 투자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사이트 박스 : 한국 금융 시장에 주는 교훈
이번 블랙록과 네덜란드 연기금의 사례는 한국 금융 시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아직 ESG 투자가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면밀히 주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들은 ESG 투자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외부 운용사 선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단순히 ESG 펀드를 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 전반에 걸쳐 ESG 요소를 통합하는 ‘ESG 통합’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또한,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친환경 투자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ESG 운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 될 것이다.

![책상 위 여러 모니터에 금융 데이터와 그래프가 표시된 가운데, 한 시장 분석 전문가가 '블랙록(BlackRock)'과 '야누스 헨더슨(Janus Henderson)' 헤드라인이 실린 신문 기사를 보며 내용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09/18/1758177532_500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