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교(ETH Zurich) 기후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와 극심한 폭염 현상에 대한 주요 탄소 배출 기업들의 책임이 과학적으로 명확히 규명되었다.
이번 연구는 화석 연료와 시멘트 생산을 주도하는 대규모 기업들이 폭염 발생 빈도와 강도를 크게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하여 전 세계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과거에는 기후 변화가 개인이나 국가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탄소 배출 기업의 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기후 소송 등 법적 대응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진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213건의 주요 폭염 사례를 분석했다. 그 결과, 산업화 이전인 1850년부터 1900년까지와 비교했을 때 폭염 발생 빈도와 강도가 현저히 높아졌음을 확인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는 폭염 발생 확률이 20배 증가했고, 2010년대에는 무려 200배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폭발적인 증가는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CO2)의 영향이 지대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180개 탄소 배출 기업을 대상으로 각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정밀하게 분석한 데 있다.
이들 기업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은 1850년부터 현재까지 인류 전체가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중 14개의 초대형 기업이 전체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소수의 거대 기업이 폭염과 같은 기후변화 현상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 기업의 기후 책임 논란과 경제적 손실 기여액 분석
국제적인 연구 결과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탄소 다배출 기업들의 기후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후솔루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대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지난 13년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며 전 세계적으로 161조 원 규모의 폭염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들 기업이 탄소중립 노력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2050년까지 책임액은 720조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보고서는 포스코와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 공기업을 주요 책임자로 지목했다.
한전 산하 공기업 5곳의 총배출량은 약 25억 톤으로, 약 98조 원 규모의 피해 책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단일 기업 배출량 1위인 포스코(9억 6,788만 톤)보다 2.6배나 많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 구조에서 발전 부문이 단순한 '중간 공급자'가 아니라 '핵심 배출 책임자'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며, 이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는 탄소중립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연구들은 과거와 달리 기후 변화의 책임을 개인이 아닌 기업과 정부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으며, 향후 기후 소송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강력한 과학적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 오레곤주 멀트노마 카운티는 대규모 에너지 기업들을 상대로 폭염으로 인한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기후 변화와 폭염의 상관관계, 그리고 인류의 건강 위협
기후 변화는 단순히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폭염의 빈도와 강도를 극적으로 높여 인류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
기상청의 폭염백서와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면서 여름철 평균 기온이 상승하고 폭염일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21세기 말까지는 평균 기온이 1.8~6.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어 극한의 날씨 현상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폭염은 열사병, 열탈진, 열경련과 같은 온열질환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노인, 어린이와 같은 취약계층은 폭염에 더욱 취약하여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폭염은 또한 기존 질환인 심혈관 질환, 신장 질환, 정신 질환 등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2018년 한국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한 바 있다. 이러한 건강상의 위협 외에도 폭염은 정전, 농작물 피해, 인프라 마비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국제구조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폭염으로 인해 매년 약 50만 명이 사망하고 있으며, 분쟁과 위기에 직면한 지역사회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폭염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식량 및 식수 부족과 같은 문제들을 심화시킨다. 이는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인도적 재앙임을 보여준다.
폭염 대응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기업의 역할과 탄소 중립 전환
이번 연구 결과들은 폭염과 같은 기후 재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향후 기후 행동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이제는 단순히 개인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나 국가 단위의 정책을 넘어, 주요 탄소 배출 기업들이 기후 변화의 주된 원인 제공자로서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단순히 환경 규제를 준수하는 수준을 넘어, 탄소중립을 위한 과감한 전환에 나서야 한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생산 공정의 효율화, 친환경 기술 개발 등 실질적인 감축 노력이 절실하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경제적 피해에 대해 배상하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정부와 사회 또한 기업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기업들이 탄소중립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독려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이며, 모든 주체가 공동의 책임을 인식하고 행동할 때만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번 연구는 그 첫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규모 산업 단지의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탄소 배출 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09/16/1757987104_89624.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