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가상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달러나 금과 같은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이다.
초기에는 암호화폐 거래소 내에서 다른 코인 매매를 위한 중간 매개체로 활용되었으나, 이제는 거래소 간 자금 이동, 글로벌 결제, 송금 등 다양한 분야로 사용처가 확장되며 새로운 금융 혁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2025년 상반기 동안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장되었으며, 전체 공급량은 2,520억 달러를 초과하고 월간 결제 규모는 무려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테이블코인 보유 주소 역시 1.2억 개를 넘어섰으며, 이 중 USDT(테더)와 USDC(서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JP모건, 골드만삭스와 같은 글로벌 금융 기관들까지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거나 관심을 표명하는 등,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한 성장 이면에는 여러 도전 과제와 리스크가 존재한다. 특히 2022년 '루나-테라 사태'는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 문제가 단순한 가상자산 시장의 문제를 넘어 금융 시스템 전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와 규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명확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이해관계자 간의 이견과 통화 주권에 대한 우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달러 페그를 중심으로 한 급성장 배경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존재한다.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미국 달러에 기반한 안정성'이다.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83%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암호화폐 시장 내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수행하며 투자자들의 변동성 회피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테더(USDT)와 서클(USDC)은 각각 200조 원, 80조 원을 상회하는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미국 국채를 담보 자산으로 활용하는데, 이는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미국 국채 수요 증가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전 세계적으로 미국 달러와 국채에 대한 수요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결제 및 송금 시장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기존의 국제 송금은 높은 수수료와 긴 처리 시간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국경을 넘어 실시간에 가까운 속도로 저렴하게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다. 아마존, 월마트 등 글로벌 리테일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하며 연간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결제 수수료 절감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효율성 때문이다.
셋째, 다양한 활용처의 확대 역시 스테이블코인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단순히 암호화폐 거래를 위한 수단을 넘어, 개발도상국에서는 인플레이션과 자국 통화 불안정으로부터 자산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또한 임금 지급이나 소액 결제 등에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처럼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을 넘어 실물 경제 영역으로 그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입장 차이와 주요 이슈 분석
한국에서도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주요 국정과제로 부상하였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육성하자는 주장의 목적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내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을 제어하고 통화 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둘째,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 과정에서 원화를 결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넓히는 것이다.
셋째, 블록체인 기반의 새로운 지급결제 인프라를 구축하여 금융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안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면 핀테크 등 비은행권의 스테이블코인 발행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기획위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권한을 '은행-비은행 컨소시엄'에 부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5억 원 이상 자기자본을 가진 국내 법인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전제로 비은행에도 발행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의 대규모 유통이 금융 안정성과 통화정책 효과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공식 보고서를 통해 표명했다.
한국은행은 코인런 위험, 자본 유출 가능성, 범죄 악용 가능성, 그리고 통화 신뢰 훼손 등 네 가지 리스크를 지적하며, 통화정책의 중심이 민간으로 옮겨가는 구조적 우려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은행은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비해 자체적으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개발 프로젝트인 '한강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의 미래 전망과 해결 과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첫째로, 이용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2022년 '루나 사태'에서 보듯,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준거자산과 연동되지 않는 '언페깅(unpegging)' 현상이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담보 자산의 투명한 공개와 안정성 확보,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신속한 상환을 보장하는 규제 마련이 필수적이다.
이미 유럽연합(EU)은 MiCA(시장 내 암호 자산) 규제를 통해 발행자에게 최소 100%의 준비금을 저위험, 고유동성 자산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도입하였다. 한국도 이러한 글로벌 규제 동향을 참고하여 국내 금융시장 환경에 맞는 제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통화 주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은행의 우려대로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으로서의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은행 중심의 발행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스테이블코인 발행 기관에 대해 엄격한 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자금세탁, 탈세 등 불법 행위 악용 방지를 위한 강력한 규제 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과제이다.
[KBR Insight]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히 또 하나의 가상자산이 아니다. 이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더 효율적인 글로벌 지급결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새로운 금융 인프라이다. 그러나 이 잠재력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루나 사태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발행 주체에 대한 철저한 감독과 투명한 준비금 관리, 그리고 이용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 적합한 스테이블코인 모델을 개발하여 글로벌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결론: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의 길목에 서다
스테이블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 시스템과 실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차세대 금융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미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달러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으나,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이라는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각국 정부의 규제 방향에 따라 그 성격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는 등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MiCA 규제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들의 사례를 참고하여 이용자 보호와 금융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현명한 규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투기 수단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테이블코인 시장, 금융 혁신의 기회와 함께 제도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09/10/1757468590_20737.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