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대전환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그리고 거칠게 전개되고 있다.
한때 미래 전략의 청사진으로 제시되었던 소프트웨어 기반의 수익 모델이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 전기차(EV) 기업들의 파상 공세는 기존 산업의 질서를 뒤흔들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Stellantis의 사례는 이러한 위기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22년 당시 카를로스 타바레스 전 CEO는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기반 수익 200억 유로, 유럽 시장 전기차(EV) 판매 100% 달성 등의 야심 찬 목표를 내걸었다. 그러나 불과 3년여 만에 회사는 2025년 상반기 23억 유로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이 계획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허상'이었음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스텔란티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볼보와 포드 등 글로벌 주요 자동차 기업들도 유사한 손실을 기록하며, 전기차 전환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라는 새로운 시대의 파고를 넘어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익,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극
자동차 업계는 그동안 하드웨어 판매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통적인 사업 모델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해왔다.
특히, 테슬라와 같은 인공지능(AI) 기반 소프트웨어 기업의 성공을 보며, 차량 내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와 같은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예를 들어, 열선 시트나 가속력 향상 기능 등을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이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S&P 글로벌의 조사에 따르면, 커넥티드 서비스에 대한 비용 지불 의사를 밝힌 소비자의 비율은 2024년 86%에서 2025년 68%로 급락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이미 차량에 탑재된 기능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전략이다. BYD와 같은 선두 주자들은 고객들에게 추가적인 소프트웨어 수익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자율주행 기술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을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서구 자동차 기업들이 꿈꾸던 소프트웨어 수익 모델 자체를 위협하는 행위이며,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무기로 작용한다.
결론적으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 만한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아직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거대한 공습, 전통 강호들의 무력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가장 강력한 요인은 바로 중국의 급부상이다. 저렴한 가격과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JP모건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생산량의 약 20%를 해외로 수출하며, 유럽 시장의 5%, 남미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판매 비중은 2021년 41%에서 현재 65%까지 치솟았다.
이는 제너럴 모터스(GM), 폭스바겐, 포드 등 오랫동안 중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서구 기업들에게 큰 타격이 되고 있다. 포드의 부회장인 존 롤러는 "서구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 10~12년간 중국에서 8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언급하며, "이제 그 자본이 사라지면서 모든 기업이 스스로의 힘으로만 이 전환기를 헤쳐나가야 한다"고 경고했다.
포드의 짐 팔리 CEO는 "중국 전기차의 비용과 품질은 서구에서 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우수하다"고 인정하며, "그들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전기차와 배터리 기술의 핵심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기술 선도국으로 부상했음을 시사한다.
위기 속에서 모색하는 생존 전략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적인 자동차 기업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포드는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들은 생산성 향상 소프트웨어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경향이 있으며, 포드는 이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소비자 시장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포드는 전기차 생산 방식의 급진적인 혁신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며, 2027년까지 3만 달러 수준의 저가형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해 중국 기업들과 정면 승부를 벌일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생산 구조 자체를 혁신하여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딜러 네트워크 역시 변화의 기로에 놓였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정비 수요가 적어 딜러들의 핵심 수익원인 정비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에 BYD는 딜러들이 더 많은 신차와 중고차를 판매하여 수익을 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는 '더 적고, 더 크고, 더 나은(FBB)' 전략을 통해 일부 딜러들을 '슈퍼딜러'로 육성하여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전망 및 결론: '달리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
전기차(EV) 전환에 대한 급격한 정책 변화와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진출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미증유의 위협을 가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흔들리고, 소프트웨어 구독 모델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동차 기업들은 명확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람보르기니의 스테판 빈켈만 CEO가 언급했듯이, "아무도 명확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재의 솔직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B 또는 B-등급이 되어서는 안 되며, 적어도 A등급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곧,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자보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현재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의 전략은 명확한 '계획'을 넘어선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에 가깝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추격 속에서, 누가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질서의 승자가 될지는 앞으로 몇 년 안에 판가름 날 것이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로 무장한 전기차가 쏟아지는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기존의 수익 모델을 뒤엎는 대전환기를 맞이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생존을 위한 근본적인 전략 재편을 요구한다.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08/25/1756085414_6141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