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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오직 성장' 신화, 그 너머의 새로운 경영 방정식

기업의 나침반은 더 이상 단기적 이윤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의 혁신적인 경영 철학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오늘날 기업 경영의 최전선은 '오직 성장' 이라는 낡은 패러다임과 '지속가능성' 이라는 새로운 가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태민 기자입력 2025년 8월 21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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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고니아의 '오직 성장' 신화, 그 너머의 새로운 경영 방정식

기업의 나침반은 더 이상 단기적 이윤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해야 한다. 파타고니아 의 혁신적인 경영 철학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오늘날 기업 경영의 최전선은 '오직 성장' 이라는 낡은 패러다임과 '지속가능성' 이라는 새로운 가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의 나침반은 더 이상 단기적 이윤이 아닌, 지속가능한 지구를 향해야 한다. 파타고니아의 혁신적인 경영 철학을 상징하는 이미지. [이미지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DB]

오늘날 기업 경영의 최전선은  '오직 성장'이라는 낡은 패러다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새로운 가치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기후 위기와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기업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단순히 이윤 창출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이 가운데 아웃도어 의류 기업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아 성공을 거두며 많은 기업에게 영감을 주었다. 그러나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단순히 '착한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넘어, '소유권'이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개념에 대한 재정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창업자 이본 쉬나드(Yvon Chouinard)가 회사의 소유권을 환경단체와 비영리재단에 넘긴 사건은 기업의 목적이 더 이상 주주 가치 극대화에만 있지 않다는 혁명적인 선언이었다. 이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모델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기업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역발상: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 선언의 전복적 의미


2022년 9월,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는 전 세계 경영계를 뒤흔드는 발표를 했다.

50년간 자신이 일궈온 회사의 지분 100%를 환경 보호를 위한 비영리재단과 신탁에 양도한 것이다. 이 결정의 핵심은 파타고니아의 이윤이 더 이상 주주의 배당금으로 지급되지 않고,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에 전액 사용될 것을 의미한다는 점이다.

쉬나드는 성명서를 통해 "지구는 우리의 유일한 주주"라고 선언하며, 전통적인 기업의 소유 구조와 목적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 결정은 단순히 거액의 기부를 넘어선다. 파타고니아는 이제 더 이상 성장을 위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주주 자본주의'라는 오랜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1970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기업의 유일한 사회적 책임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주주 자본주의의 시대를 열었다. 그의 이론은 지난 반세기 동안 기업 경영의 바이블로 여겨졌다.

그러나 파타고니아는 이 신성불가침의 원칙을 거부하고, 기업의 목적을 '지구 환경 보호'라는 더 큰 사회적 가치에 둠으로써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이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라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세계경제포럼(WEF)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 직원, 공급업체, 지역사회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균형 있게 고려하는 기업 경영 모델"로 정의했다.

파타고니아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구를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론적 주장이 아닌, 기업의 법적 소유권과 지배구조를 혁신적으로 재편함으로써 그 실효성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오직 성장'의 한계와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의 부상: 시대적 전환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오직 성장(Growth at all costs)'이라는 현대 자본주의의 신화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매출과 이윤의 지속적인 성장을 지상 과제로 삼았다. 그러나 이러한 무한 성장의 논리는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사회적 불평등 심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옥스팜(Oxfam)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의 부자들이 하위 99%보다 두 배 이상 탄소를 배출하며, 경제적 불평등이 기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의 품질을 넘어, 기업이 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착한 소비'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표현하고, 기업의 변화를 촉구한다.

파타고니아의 혁명적인 소유권 이전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응답이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단순한 마케팅 수단이나 부수적인 활동이 아니라, 기업의 존재 목적 자체와 직결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기존의 CSR이 기업의 이윤을 일정 부분 사회에 환원하는 '선의'의 개념이었다면, 파타고니아의 새로운 모델은 이윤 창출의 목적 자체가 '사회적 가치 실현'에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이는 기업 경영의 패러다임을 'Shareholder Value Maximization'에서 'Societal Value Creation'으로 전환하는 혁명적인 시도다. 이는 기업이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을 '사후적 보상'에서 '사전적 목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Apple)이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공급망 전체를 혁신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기업의 핵심 전략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의 목적을 재정의하는 '비콥(B-Corp)' 운동과 법제화 노력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비콥(B-Corp)' 운동과 같은 새로운 경영 트렌드와 맞닿아 있다.

비콥 'Benefit Corporation'의 약자로, 법적으로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도록 강제되는 기업 형태를 의미한다. 이는 주주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존 법적 틀에서 벗어나,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델라웨어, 캘리포니아 등 다수의 주에서 비콥 제도를 법제화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7000개 이상의 기업이 비콥 인증을 받았다. 비콥 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투명성, 사회적 책임, 환경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2011년 비콥 인증을 받은 초기 멤버 중 하나다. 비콥 운동의 확산은 기업의 목적이 주주 가치 극대화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은 사회적 이해관계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기업이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움직임이다.

이러한 법제화 노력은 기업이 단순히 도덕적 의무감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법적인 틀 안에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노력이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타고니아는 소유권 이전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를 '비콥'의 정신에 부합하도록 설계함으로써, 그 어떤 기업보다도 강력한 진정성을 확보했다.

결론: 파타고니아의 혁명이 던지는 심층적 인사이트


파타고니아소유권 이전은 단 한 기업의 특별한 사례를 넘어선다. 이는 우리 시대의 리더와 경영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깊은 인사이트를 던진다.

첫째, 기업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재고가 필요하다. 더 이상 기업의 존재 이유가 '오직 성장'과 '이윤 극대화'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은 사회와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문제 해결의 주체로서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품 생산과 판매를 넘어, 가치사슬 전반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함을 의미한다.

둘째, '착한 기업'이 아니라 '목적 지향적 기업(Purpose-driven business)'으로 진화해야 한다.

파타고니아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되, 불필요한 피해를 주지 않고, 비즈니스를 통해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한다'는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목적은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의 나침반이 된다. 이는 단기적인 이윤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가치와 사회적 영향력을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한다.

셋째, 소유권지배구조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파타고니아소유권 이전을 통해 기업의 지배구조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도록 설계했다. 이는 단순히 이윤을 기부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이처럼 기업의 구조를 사회적 가치와 연계하는 혁신적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법인세법' 개정은 기업이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여, 기업의 성과가 주주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돌아가게 함으로써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파타고니아의 모델은 이러한 제도적, 구조적 혁신이 기업의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파타고니아의 사례는 기업의 본질과 역할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이제 우리는 '성장을 위해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성장이 사회와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파타고니아의 용감한 결정은 이러한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며, 미래 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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