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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스톰 유죄 판결, 가상자산 믹서 개발자는 범죄의 공범인가

로만 스톰 판결, 가상자산 믹서와 개발자 책임 논란 재조명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로만 스톰의 유죄 판결이 가상자산 업계에 중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지난 4주간의 재판 끝에 배심원단은 스톰에게 '무면허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강지혜 기자입력 2025년 8월 8일수정 2026년 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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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자산 개발자가 홀로그램 비트코인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가상자산 개발자가 홀로그램 비트코인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로만 스톰 판결, 가상자산 믹서와 개발자 책임 논란 재조명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로만 스톰의 유죄 판결이 가상자산 업계에 중대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지난 4주간의 재판 끝에 배심원단은 스톰에게 '무면허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책임 범위에 대한 전례를 세운 것으로, 가상자산 프라이버시 기술과 규제 당국 간의 해묵은 갈등을 다시금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가상화폐 프라이버시 기술의 역설,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유죄 판결이 불러온 파장


최근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서 내려진 토네이도 캐시 개발자 로만 스톰(Roman Storm)에 대한 유죄 판결은 가상자산 시장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의 법적 공방을 넘어, 탈중앙화 금융(DeFi)의 핵심 가치인 '익명성'과 '프라이버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어떻게 해석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난 2023년 미국 법무부(DOJ)는 스톰을 자금세탁 공모, 제재 위반 공모, 그리고 무면허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로 기소했다. 약 한 달간의 재판과 5일간의 숙고 끝에 배심원단은 자금세탁과 제재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나, 무면허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이로써 스톰은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위기에 놓였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가상자산 믹서 서비스의 본질적 특성과 법적 책임의 경계에 있었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는 여러 사용자의 자금을 한데 섞어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드는, 소위 '믹서' 또는 '텀블러'로 불리는 기술이다. 개발자 측은 이를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필수적인 도구"라고 주장해왔다. 특히 이더리움 공동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과 같은 업계 주요 인사들은 "프라이버시는 기본적인 안전을 위한 매우 실용적인 도구"라며 기술 개발의 정당성을 옹호하기도 했다. 실제로 프라이버시 기술은 개인의 거래 정보를 보호하고, 신변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로부터 자산을 지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은 토네이도 캐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그들은 토네이도 캐시가 범죄자들이 불법 자금을 세탁하는 데 악용되는 '맞춤형 차량'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는 2022년 북한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Lazarus Group)이 토네이도 캐시를 이용해 수억 달러를 세탁했다는 이유로 이 서비스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법무부는 로만 스톰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불법 자금 세탁에 이바지했다고 주장했으며, 그 증거로 한 사기 피해자의 자금이 토네이도 캐시를 거쳐갔다는 점과 유죄 판결을 받은 사기꾼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이러한 법적 공방은 결국 '기술의 중립성'이라는 쟁점과 '개발자의 책임 범위'라는 문제로 이어지며 가상자산 커뮤니티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KBR Insight : 법적 쟁점과 남겨진 숙제, 가상자산 규제의 불확실성

이번 로만 스톰 재판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오픈 소스 코드 개발자가 자신의 코드를 사용한 범죄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였다. 스톰의 변호인단은 토네이도 캐시 코드가 탈중앙화 원칙에 따라 배포된 후에는 개발자들이 그 사용을 통제하거나 수정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배심원단은 자금세탁 및 제재 위반 혐의에 대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에도, '무면허 송금업 운영 공모'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는 배심원단이 토네이도 캐시가 자금의 흐름을 익명화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금융 서비스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했으나, 정식 금융 기관으로서의 의무를 회피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규제에 있어 새로운 선례를 남겼지만, 동시에 여러 숙제를 남겼다. 존스홉킨스 대학의 매튜 그린(Matthew Green) 교수와 같은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가상자산 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자금세탁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없었다는 점은, 개발자가 직접적으로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일정 부분 배심원단에게 설득력을 얻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무면허 송금업 운영에 대한 유죄는 향후 유사한 가상자산 믹서 서비스나 탈중앙화 금융 프로토콜 개발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와 법적 압박이 더욱 강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기업과 사회에 주는 시사점: 개발자 책임의 시대 도래


로만 스톰의 판결은 가상자산 개발자들에게 중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의 중립성이라는 명분 아래 개발자가 자신의 코드가 악용되는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인식이 컸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개발자들이 자신의 코드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총기 제조업자가 자신의 제품이 범죄에 사용될 경우에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해왔다.

가상자산 업계는 이제 프라이버시 기술을 개발함에 있어 규제 준수와 투명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단순히 기술을 개발하고 배포하는 것을 넘어, 자금세탁방지(AML) 및 고객신원확인(KYC)과 같은 규제 요건을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는 기술 혁신과 규제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 법무부는 배심원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자금세탁 혐의에 대해 재심을 추진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만약 재심이 진행되고 더 강력한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가상자산 개발자들의 책임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이번 판결은 가상자산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법적, 윤리적 기준이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규제 당국은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범죄 행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개발자들은 기술적 완결성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염두에 둔 개발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로만 스톰의 재판은 단순히 한 개인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을 넘어, 가상자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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