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급성장 이후 700만 캠핑족 시대, 양극화·고급화 트렌드 가속화
한국의 캠핑시장이 2025년 현재 10조원 규모를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국민 레저 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캠핑 붐이 4년간 지속되며 700만 명 이상의 캠핑 인구와 전국 4,000여 개 캠핑장을 기록했지만, 시장은 이제 급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며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10조원 규모로 성장한 국내 캠핑시장, 가족 단위 캠핑과 반려동물 동반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코로나19 이후 폭발적 성장, 시장 규모 5배 증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캠핑산업의 전환점이 됐다. 해외여행 제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안전한 야외 활동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캠핑 이용자 수는 2019년 399만 명에서 2020년 534만 명으로 33.8% 증가했다.
시장 규모 역시 급격히 확대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캠핑산업 추정 규모는 2020년 5조 8천억 원에서 2021년 6조 3천억 원으로 8.2% 성장했고, 2025년 현재 10조원을 넘어서며 5년 만에 약 2배 규모로 성장했다.
등록 캠핑장 수도 2020년 2,363개에서 2024년 9월 기준 4,082개로 72.7% 증가했으나, 실질 운영 중인 캠핑장은 3,700~3,800개로 추정된다. 이는 캠핑장 공급 과잉 문제를 시사한다.
차박과 글램핑, 캠핑 트렌드의 양극화
국내 캠핑시장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캠핑 스타일의 다양화다. 전통적인 텐트 캠핑에서 벗어나 차박, 글램핑, 미니멀 캠핑 등 다양한 형태가 등장했다.
차박(차량 숙박) 시장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전체 캠핑 인구 중 4%가 차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차박 관련 장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 2월 국토교통부의 캠핑카 튜닝 규제 완화로 SUV 기반 차박이 대중화되면서 270어닝 텐트 등 차박 전용 장비 판매량이 2023년 대비 20% 증가했다.
글램핑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화려함을 뜻하는 '글래머러스'와 '캠핑'을 결합한 글램핑은 캠핑 장비 준비 없이도 고급스러운 야외 경험을 제공하며 젊은층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프리미엄 장비 시장 확대, 소비 패턴 고급화
캠핑의 대중화와 함께 장비 시장도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1년 가구당 캠핑 1회 지출액은 46만 5천원으로 2020년(39만 4천원) 대비 18% 증가했으며, 연평균 캠핑장비 구입비용은 137만원에 달한다.
특히 경량화, 내구성 강화, 편의성 증대 등 신기술이 적용된 프리미엄 캠핑 장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독일 브랜드 호파츠의 바이오에탄올 불멍 아이템 '스핀', 헬리녹스와 스노우피크 등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이 인기를 끌며 캠핑의 전문화와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세계 캠핑 장비 시장 규모는 2023년 835억 8천만 달러에서 2032년 1,722억 1천만 달러로 연평균 8.5% 내외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보급이 바꾼 캠핑 생태계
2023년부터 전기차 보급 확산이 캠핑 산업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차그룹의 2023년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이 6만 4,690대에 달하면서 기아 EV9 등 대형 전기차를 활용한 차박이 인기를 끌었다.
전기차는 차박의 편리성을 크게 높였다. 차량 내부에서 숙박하는 이용자가 늘면서 대형 텐트나 테이블 등 고가 장비 수요는 감소하고, 대신 소형 조리기구, 접이식 의자, 보온 물주머니 같은 경량 장비 소비가 증가했다.
하지만 2024년 9월 10일부터 공영 주차장 차박 시 과태료 부과 규제가 시행되면서 일부 이용자가 차박을 기피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1차 위반 시 3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5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족 단위 캠핑이 늘어나면서 텐트, 접이식 의자 등 캠핑 장비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해외 직구 플랫폼의 도전과 국내 업계 고전
캠핑시장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내 캠핑 장비 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같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초저가 캠핑용품을 대량 판매하며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해외 직구 규모는 6조 7,56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9% 증가했으며, 중국 직구 비율은 85.57%에 달했다. 한국 소비자들이 스포츠·레저용품을 주요 직구 품목으로 선택하면서 국내 캠핑 장비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캠핑 장비에 대한 추가 지출이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에는 캠핑용품에 투자했지만, 최근에는 기존 장비를 재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밝혔다.

캠핑카와 루프톱 텐트를 활용한 고급화된 캠핑 문화가 확산되며, 캠핑산업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성숙기 진입,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전문가들은 한국 캠핑산업이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캠퍼 유입이 둔화되고 있어 장기적 하락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경희대학교 김학준 교수는 "일본이 1990년대 캠핑 붐 이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성숙기로 진입하며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업계는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캠핑에 다른 관광·레저 활동을 결합한 새로운 경험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강화, 친환경 소재와 스마트 기술을 도입한 혁신 제품 개발 등이 필요하다.
한국캠핑산업협회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교육 확대, 문화 고도화, 다각화된 상품과 서비스 제공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 향후 전망
정부는 캠핑산업의 균형적 성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 캠핑장 확대, 글램핑 및 카라반 등록 관리 기준 도입, 합법적 차박 명소 발굴 및 인프라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전기사용 제한 완화, 안전기준 마련 등 캠핑 관련 규제 정비와 함께 캠핑용 차량 대여사업 활성화를 위한 기준 확대도 추진 중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캠핑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차박 캠핑에 대한 안전 교육과 인프라 구축을 통해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2025년 국내 캠핑시장이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 성장을 이루며 더욱 성숙한 레저 문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캠핑이 더 이상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여가 활동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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