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합계출산율 0.75명 소폭 반등, 여전히 OECD 최저 수준
텅 빈 놀이터가 한국의 저출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 0.75명 기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OECD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전 세계 유례없는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2023년 0.72명보다 소폭 반등하여 9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024년 출생아 수는 23만 8,300명으로 전년 대비 8,300명(3.6%)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국가라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신 인구동향 통계에 따르면, 2024년 6월 출생아 수는 18,242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8% 감소했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이 2002년부터 1.3 미만 20년 넘게 지속되는 초저출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경제적 부담이 주요 원인, 주거비와 육아비용 부담 가중
한국의 저출산 현상을 분석한 각종 조사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원인은 경제적 부담이다. 국민의 95.5%(매우 84.9%+조금 10.6%)는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고 대답했다. '경제적 부담 및 소득 양극화(40%)'와 더불어 '자녀 양육·교육에 대한 부담감(26.9%)'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주거비 부담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2024년 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가격(매매, 전세)의 첫째 자녀 출산율 기여도'는 30.4%로 주택가격이 1% 상승하면 다음해 출산율은 0.002명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주거비 부담이 급증했다. 특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무주택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육아에 쓸 돈이 줄거나 아이가 필요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고용불안과 비정규직 확산이 출산 기피 심화
IMF 외환위기 이후 확산된 고용불안도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비정규직 비율은 41.7%로 최근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고용불안은 출산과 육아에 필수적인 안정적 소득 확보를 어렵게 만든다.
육아는 안정적인 소득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현재 한국의 고용구조는 안정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늦은 최초 취업연령과 이른 정년퇴직, 어려운 재취업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장기적인 안정된 소득에 대한 기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전통적 성역할 고착화와 일-가정 양립 어려움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성역할 분담 고착화도 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다. 미혼남녀 중 결혼의향이 없는 경우는 22.8%, 결혼기피 주된 사유로 남성은 결혼식 비용, 신혼집 마련 등 경제적 부담을, 여성은 결혼에 따른 역할 부담을 꼽았다.
현실적으로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 후 육아와 가사노동의 대부분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기혼여성의 주당 총 근로시간이 1시간 증가하는 경우 1년 이내 임신할 확률이 0.3%p 낮아지며, 근무시간 외(퇴근 후나 주말) 업무를 하는 경우 1년 이내 결혼할확률이 3.7%p 감소하였다.
해외 성공 사례와의 차이점 분석
저출산 문제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해외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과의 차이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프랑스의 포용적 가족정책
프랑스는 저출산 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 1.68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다양한 가족 친화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을 가구원 수로 나눠 부과하는 '가족계수' 제도를 통해 가구원 숫자가 많을수록 세금 감면 혜택이 커지는 구조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1999년 동거부부, 미혼모 등 비전통적 가족제를 포용하는 정책을 도입해 출산율 향상을 이끌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커플을 새로운 가족 형태로 받아들이는 시민연대협약(PACS)을 통해 비혼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지원에 차별을 두지 않았다. 협약 도입으로 1994년 37.2%에 그쳤던 프랑스의 혼외출산율이 2015년 57.6%로 껑충 뛰어 저출산 해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한국의 혼외 출산율은 1.9%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양성평등 모델
스웨덴은 양성평등을 바탕으로 한 일-가정 양립 정책으로 성공했다. 스웨덴은 저출산 대책으로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했다. 총 480일의 부부 육아휴직을 주는데 이 중 90일은 의무적으로 남성만 쓸 수 있게 했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은 25~27% 수준에 이르고 있다. 육아휴직 중 급여는 약 80%를 지급한다.
하지만 스웨덴도 최근 출산율 하락을 겪고 있다. 2023년 기준 합계출산율은 1.52명으로 2020년 1.67명에서 크게 감소했다.
정부 대책의 한계와 정책 방향성
한국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 왔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2024년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정책들을 살펴보면, 부모급여가 0세 월 70만 원 → 100만 원, 1세 월 35만 원 →50만 원까지 늘어나고 첫만남이용권은 둘째아 이상 300만 원으로 확대(기존 출생순서 무관 200만원)된다.
하지만 현금 지원 위주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예로 정부가 올해부터 도입한 아동수당에 대해 어린 자녀를 둔 부모 대다수가 '출산장려 정책'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부모 10명 중 7명은 아동수당이 출산 결정이나 계획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구조적 변화 없이는 해결 불가능
전문가들은 단순한 현금 지원보다는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출산을 극복하고자 하는 정책이 성공하려면, 가족과 여성에게만 출산ㆍ양육 부담을 지우는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가족-사회-국가의 역할 再구조화와 여성-남성의 역할 再구성이 반드시 요청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은행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인구구조 고령화를 재촉하고 있는 초저출산의 핵심 원인은 '경쟁압력'과 '불안'이라고 진단하면서, 경제적 기반 강화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사례에서 보는 경제적 안정성의 중요성
흥미롭게도 저출산 극복의 모범 사례로 여겨지던 스웨덴에서도 최근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은 1.52명으로 2020년 1.67명에서 0.15명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을 공고히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아무리 좋은 저출산 대책을 세우더라도 1%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와 같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향후 전망과 종합 분석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단일한 원인이 아닌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다. 경제적 부담, 주거비 상승, 고용불안, 전통적 성역할 고착화,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이 서로 얽혀 있어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해외 성공 사례들을 보면, 현금 지원과 함께 사회 전반의 시스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 분명하다. 프랑스의 다양한 가족 형태 인정, 스웨덴의 남성 육아참여 의무화 등은 한국이 참고할 만한 정책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안정적인 일자리, 합리적인 주거비, 성평등한 육아 분담,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것이 개인의 희생이 아닌 사회 전체의 투자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2024년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반등하고 합계출산율이 소폭 상승했다는 소식은 희망적 신호이다. 하지만 이것이 지속적인 출산율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정책과 사회 변화에 달려 있다. 저출산 해결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는 장기적 과제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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