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중심 스테이블코인 확산, 한국의 통화 주권 위기와 대응 전략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강화로 달러 패권이 디지털 영역까지 확장되면서 한국의 통화 주권 보호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진=코리아비즈니스리뷰]
256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하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글로벌 영향력
2025년 7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총 규모가 사상 최대치인 2560억 달러를 기록하며 급속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25년 들어 무려 22%나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의 영향력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미국의 디지털 통화 패권을 강화하는 핵심 도구로 자리 잡았다.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는 스테이블코인이 2028년까지 2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글로벌 금융사 씨티는 2030년 최대 3조 7천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폭발적 성장 속에서 한국의 통화 주권 보호와 대응 전략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전략: 디지털 시대의 달러 패권 강화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전통적인 달러 패권을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합법적이고 정당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개발과 성장을 촉진하여 달러의 국제적 지배력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명시했다. 이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중단하는 대신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한 것이다.
현재 테더(USDT)는 시장 총액 1549억 달러로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USD코인(USDC)은 607억 달러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발행사는 담보 자산으로 보유한 미국 국채만 1500억 달러에 달해 웬만한 OECD 국가보다 많은 양을 보유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미국 국채 시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단기채 매수 주체 순위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미국 재무부 산하 차입자문위원회는 2028년까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보유한 미국 단기채 규모가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현황과 과제
한국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업비트의 일일 평균 거래량은 미국 최대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와 대등한 약 2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 4대 거래소의 거래량을 합산하면 코인베이스를 상회하는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민간 기업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되어 있다. 헌법상 화폐 발행 권한이 한국은행에만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을 비은행권에도 허용할지는 생각해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한은 총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거래가 손쉬워 자본 규제 회피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일단 감독이 가능한 은행권으로부터 발행이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자본 규제 우회 가능성과 통화정책 유효성 저해 등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공약을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하여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기준과 거래소·보관 기준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카카오, 네이버 등 민간 핀테크 업체들이 각자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적극 역설해 온 인물로, "제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강점을 살린다면, 원화는 타국 화폐 대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새로 설치될 예정이며, 금융위원회 산하에도 디지털자산위원회가 설치되어 시장 발전 계획 수립과 감독·규제 방향을 담당하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글로벌 디지털 통화 패권 경쟁에서 각국이 자국 통화 주권 보호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글로벌 통화 경쟁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전 세계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통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 시스템을 디지털 방식으로 확장하려 하고, 중국과 신흥국은 CBDC와 mBridge를 통해 달러 없는 결제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이는 단순한 통화 간 경쟁이 아니라 글로벌 질서의 구조를 결정짓는 '디지털 패권' 경쟁이다.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여러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첫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일으키는 통화정책 약화와 자본유출 문제를 방어할 수 있다. 둘째, 국내 거래소의 높은 거래량과 유동성을 바탕으로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과의 연결성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구조적 비효율성을 해소하고 핀테크 산업 기반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려도 존재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 쉬워져 외환 관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고,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저하될 위험성이 있다. 또한 글로벌 생태계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경쟁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 공조와 규제 체계 정비 필요성
한국금융연구원 이정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인 적격 및 발행 요건, 가치안정성과 환급가능성, 외국환거래 모니터링, 규제 집행 가능성 등을 고려한 감독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역외 발행 후 국내 유통이 용이한 가상자산의 경우 발행인에 대한 규제 집행력 확보가 어려워 국가 간 공조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규제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 간 유기적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과 EU에서는 이미 스테이블코인 규제·감독 보고서를 통해 앞장서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 역시 국제적 규제 흐름에 발맞춰 빠른 시일 내에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를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결론: 통화 주권 보호를 위한 전략적 대응
달러 중심 스테이블코인의 급속한 확산은 한국의 통화 주권과 금융 안정성에 중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은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발행 주체의 적격성, 담보 자산의 안정성, 규제 체계의 완비 등이 선결되어야 한다.
한국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높은 거래량과 기술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성공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미국보다 조심스러운 접근을 통해 금융 안정성을 우선 고려하면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하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서 한국의 통화주권을 보호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과 함께 국제 공조 강화, 규제 체계 정비, 기술 혁신 지원 등 종합적인 대응 전략이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