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부자의 정치 도전이 불러올 산업 지각변동
2025년 7월 5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신당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선언했다.
후 7월 6일 'America Party(AMEP)'가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에 공식 등록되었으며, 등록 서류상 대표는 일론 머스크, 회계책임자는 테슬라 CFO 바이브하브 타네자(Vaibhav Taneja)로 기재되어 있다. 다만 당의 구체적인 조직 구조나 정책 플랫폼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였던 머스크가 이제는 정치적 반란군으로 변신하며, 미국 정치는 물론 자동차와 AI 산업 전반에 미칠 파장이 주목받고 있다.
정치 무대 진출을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트럼프와의 갈등 속에서 창당한 '아메리카당'이 전기차와 AI 산업의 새로운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사진=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머스크의 이번 정당 창당은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미국 산업 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세계 1위 전기차 기업과 AI 선도 기업을 동시에 이끄는 그의 정치적 행보가 향후 미국과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본다.
트럼프와의 갈등, 정치적 변곡점의 시작
갈등의 발단: '빅 뷰티풀 빌' 법안 대립
머스크와 트럼프의 갈등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Big Beautiful Bill)' 을 둘러싸고 본격화됐다. 이 법안은 감세, 국경 보안 강화, 사회복지 삭감 등 트럼프의 핵심 의제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지만, 머스크는 이를 "역겨운 괴물"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머스크가 특히 반발한 부분은 법안에 포함된 대규모 지출 계획이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서 정부 지출 삭감을 주도해온 그로서는 재정 적자를 늘리는 법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정치적 보복과 경제적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머스크의 반대에 대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 등 머스크 계열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을 경고했다. 더 나아가 기존 정부 계약 해지와 머스크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이에 머스크는 X를 통해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졌을 것"이라며 "아주 배은망덕하다"고 분노를 표출했다. 양측의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테슬라 주가와 투자자 신뢰도 급락
투자자 85%, 머스크 정치 활동에 우려 표명
모건스탠리가 테슬라 투자자 2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5%가 머스크의 정치 활동이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 중 45%는 '부정적', 40%는 '매우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 테슬라 실적에 대한 기대치 질문에서 59%가 전년 대비 더 적은 차량을 인도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해, 투자자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된 테슬라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40% 가까이 하락했으며,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얻은 상승분을 대부분 잃었다. 머스크의 신당 창당 발표가 포함된 트럼프와의 갈등 기간 중에는 5~8%대 하락세를 보이는 등 '오너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뉴욕증시 일각에서는 "팔고 떠나자"는 투매 조짐까지 관측되고 있어,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테슬라 주주들에게 직접적인 손실을 가져다주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자동차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
전기차 정책의 불확실성 증대
머스크의 정당 창당은 미국 전기차 정책에 새로운 변수를 제공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의무화 폐지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 축소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머스크의 정치적 영향력이 어떤 방향으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2025년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이 40개에서 25개로 대폭 축소된 가운데, 머스크의 정치적 입장 변화가 향후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사들의 기회와 위협
테슬라의 정치적 리스크 증가는 경쟁사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빅3 자동차 기업들은 테슬라의 불안정성을 틈타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가동으로 올해 IRA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는 등 한국 기업들의 미국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슬라의 정치적 혼란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AI 산업 생태계의 지각변동
xAI와 정부 정책의 새로운 역학관계
머스크가 운영하는 AI 기업 xAI는 그의 정치적 행보에 따라 정부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정부 AI 프로젝트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AI 정책은 2025년에도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을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인데, 머스크의 정치적 변화가 미국 AI 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뉴럴링크와 규제 환경의 변화
머스크의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업 뉴럴링크 역시 정치적 갈등의 여파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FDA 승인과 같은 규제 절차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기술 개발과 상용화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특히 AI 안전성과 관련된 규제 논의에서 머스크의 목소리가 약화될 경우, 미국 AI 산업의 발전 방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 전망
중국과 유럽의 기회
머스크의 정치적 불안정성은 중국과 유럽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중국의 BYD는 이미 2024년 4분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에서 테슬라를 앞서는 등 강력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유럽에서도 테슬라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고 있어,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현지 전기차 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기업들의 전략적 기회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가동으로 IRA 혜택을 받게 됐고,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기업들도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머스크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기업들이 미국 전기차와 AI 시장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으로 분석된다.
2026년 중간선거의 변수
제3당의 현실적 가능성
머스크는 상원 2-3석, 하원 8-10곳에 집중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공화당이 상원 53석, 하원 220석으로 간신히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 의석만으로도 의회 권력 구도를 바꿀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미국의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복잡한 주별 정당 등록 요건을 고려할 때, 실제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아직 당의 공식적인 리더십 구조나 구체적인 정책 플랫폼도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 정책에 미칠 장기적 영향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미 미국 산업 정책에는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전기차 보조금, AI 규제, 우주 개발 정책 등 머스크와 직결된 분야에서 정책 방향의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2028년 대선까지 이어질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첨단 산업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결론: 불확실성 속의 기회와 위험
일론 머스크의 '아메리카당' 창당은 미국 정치사에 새로운 변수를 던졌다. 세계 최고 부자이자 첨단 기술 분야의 선도 기업가가 정치 무대에 직접 뛰어든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자동차와 AI 산업에 미칠 영향은 양면적이다. 단기적으로는 테슬라 주가 하락과 투자자 신뢰도 추락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정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확실한 것은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미국을 넘어 글로벌 산업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2026년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정치적 격변 속에서, 미국과 글로벌 산업계가 어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