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머스크, 브로맨스 파국의 전말: 감세법안 둘러싼 권력 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2024년 대선에서 머스크가 2억 8800만 달러를 투입해 트럼프 당선에 기여했지만, 2025년 6월 트럼프의 감세 법안을 둘러싸고 두 사람은 결별했다. 머스크는 "배은망덕하다"며 트럼프를 비판했고, 트럼프는 머스크가 "완전히 미쳤다"고 반박하며 정부 계약 중단을 위협했다. [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재구성]
정치적 동반자에서 숙적으로, 세기의 갈등이 드러낸 머스크의 진짜 속내
2025년 6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와 가장 강력한 남자 사이에서 벌어진 공개적 설전이 글로벌 경제와 정치 지형을 뒤흔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간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불화를 넘어서, 미국 정치의 새로운 권력 구조와 테크 기업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4년 대선에서 머스크가 약 2억 8800만 달러를 투입하며 트럼프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갈등은 현대 미국 정치에서 민간 자본과 정치권력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번 충돌의 핵심에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3조 300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감세 법안과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 그리고 전기차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감세 법안이 촉발한 권력 게임의 서막
갈등의 직접적 발화점은 트럼프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이라고 명명한 대규모 감세 패키지였다. 이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삭감, 그리고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경제 정책을 담고 있었다.
머스크는 2025년 6월 초 이 법안을 "완전히 미친 짓이며 파괴적인 법안"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X를 통해 "이 법안은 미국의 재정 적자를 2조 4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특히 전기차 구매 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조항에 대해 "석유·가스 보조금은 계속 유지하면서 전기차 지원을 끊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6월 5일 백악관에서 독일 총리와의 회담 중 기자들에게 "머스크가 전기차 세금 공제 폐지 조항을 알게 되자 완전히 미쳐버렸다"며 "나는 매우 실망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연방 정부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 머스크의 기업들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위협했다.
소셜미디어 전장에서 벌어진 치열한 공방
두 거물의 갈등은 곧바로 소셜미디어로 확산됐다. 머스크는 X에서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졌을 것이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것은 물론, 상원에서도 49대 51로 지면서 다수당 지위를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더 나아가 머스크는 트럼프가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된 파일에 연루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그것이 이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진짜 이유"라고 폭로했다. 그는 심지어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리트윗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을 통해 머스크가 "CRAZY(미쳤다)"고 반격하며, 스페이스X와 테슬라 등 머스크 소유 기업들의 정부 계약과 보조금 중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머스크 소유 기업들은 2024년 기준 17개 정부 부처와 약 30억 달러 규모의 90여 건 계약을 맺고 있다.
테슬라 주가 폭락과 경제적 파급효과
이번 갈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즉각적이고 강력했다. 6월 5일 하루 동안 테슬라 주가는 14.3% 급락하며 시가총액 1520억 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테슬라 역사상 가장 큰 단일일 손실이었다.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 롤린 랭건은 "테슬라 주가가 앞으로 60% 더 폭락할 수 있다"며 "테슬라의 본업인 전기차 판매가 감소세를 멈추지 않고 있어 현재 주가 수준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5년 5월까지 북미 시장에서 테슬라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고, 유럽에서는 42%, 중국에서는 22% 급감했다.
테슬라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뉴욕시 공무원연금 관리자인 브래드 랜더는 "이번 학교 운동장 싸움은 테슬라 주주들에게 재앙적"이라며 "NYC 연금시스템이 하루 만에 1억 5000만 달러 손실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정부효율부 DOGE 활동과 권력 갈등의 뿌리
갈등의 근본적 배경에는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활동이 있다. 트럼프는 2024년 11월 머스크를 DOGE 수장으로 임명하며 연방정부 지출 2조 달러 삭감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머스크는 이 기간 동안 연방 공무원 4만 명을 해고하고 18개 중앙부처를 8개로 축소하는 등 급진적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그의 일방적 접근 방식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내각 인사들과 마찰을 빚었다. 특히 핵미사일 관리직을 포함한 국가안보 관련 인력을 대거 해고한 것은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머스크와 트럼프 갈등의 결정적 계기는 머스크와 긴밀한 관계였던 제러드 아이작먼의 NASA 국장 지명이 철회된 사건이었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는 "아이작먼의 낙마는 예정된 머스크와의 '정리해고'의 시작이었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진짜 속내: 정치적 야망과 사업적 이해관계
이번 갈등을 통해 드러난 머스크의 속내는 복합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정부 효율성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사업적 이해관계와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욕구가 깔려 있다.
머스크는 갈등 기간 중 "새로운 정치 정당이 필요하다"며 "80%의 중도층을 대변하는 아메리카 파티 창당"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도전 의지를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편 머스크가 아르헨티나 밀레이 대통령의 재정 긴축 정책을 지지하는 트윗을 리트윗한 것도 주목된다. 밀레이는 취임 후 18개 중앙부처를 8개로 축소하고 공무원 4만 명을 해고해 재정 흑자를 달성했는데, 이는 머스크가 추진하려던 DOGE 정책과 유사하다.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트럼프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만의 정치적 노선을 구축하려 한다고 분석한다. 실리콘밸리 정치 분석가 데리안 아스파루호프는 "머스크는 트럼프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화해 시도와 불완전한 봉합
6월 10일경부터 두 사람은 공개적 화해 제스처를 보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머스크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며 "그와 다시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도 "대통령에 대한 내 게시물 일부는 너무 나갔다. 후회한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완전한 관계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6월 말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화를 낸 것은 부적절했다"며 여전히 불만을 표시했다. 또한 7월 1일에는 머스크 추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해 갈등의 여운이 남아있음을 시사했다.
결론: 변화하는 권력 지형과 미래 전망
트럼프와 머스크의 갈등은 현대 미국 정치에서 민간 자본과 정치권력의 새로운 역학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테크 기업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전통적 정치 엘리트와 충돌하는 양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스크에게는 이번 갈등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경제적 리스크도 안고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정부 계약 의존도를 고려할 때,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 악화는 장기적으로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이번 갈등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권력 구조의 변화를 예고한다. 전통적 공화당 체제와 테크 기업가들의 새로운 정치적 야망이 충돌하면서, 미국 보수 진영 내부의 균열이 더욱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갈등은 머스크가 단순한 사업가를 넘어 독자적인 정치적 플레이어로 성장하려는 야망과, 이를 견제하려는 기존 정치 권력의 충돌로 해석된다. 향후 두 사람의 관계 변화는 미국 정치와 경제 전반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