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양극화 흐름 본격화
제조업 PMI 47.7로 5개월 연속 위축… 반면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고치 기록
- 한국 제조업 PMI는 47.7로 5개월 연속 기준선 하회, 체감경기 위축 지속
- 반면 반도체 수출은 38.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 글로벌 AI 수요가 반등 이끌어
- 산업 간 전환 속도 차이가 양극화 본격화의 배경으로 작용
- 구조적 대응 없는 정책은 격차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 높음
AI 반도체 수요 급증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며, 미래 산업 경쟁력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사진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자료 사진]
2025년 6월, 한국 산업은 명확한 갈래 길에 서 있다. 전통 제조업은 장기간 이어진 수요 위축과 비용 상승의 압박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반면,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기술 전환의 중심축으로 부상하며 기록적인 실적을 연이어 갱신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간 흐름의 괴리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 속도와 방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그널로 해석된다.
제조업 PMI 47.7… 체감경기 위축, 회복 모멘텀 부재
S&P 글로벌이 발표한 2025년 6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7로, 기준선인 50을 또다시 하회하며 다섯 달 연속 경기 위축 흐름을 이어갔다. 월별 지표 흐름을 살펴보면, 1월 50.3에서 시작해 2월 49.9, 3월 49.1, 4월 47.5, 5월과 6월 모두 47.7을 기록하면서, 제조업 전반에 깔린 구조적 냉각 기류가 좀처럼 반전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사에서는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고금리로 인한 생산비용 증가, 그리고 신규 주문 감소와 재고 누적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급속도로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일수록 원자재 조달 비용과 유동성 압박이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지며, 설비 가동률 자체가 떨어지는 양상도 관측된다.
한국경제연구원 산업정책실 관계자는 “공급망 안정성과 디지털 전환의 속도 차이에 따라 회복력에도 격차가 생기고 있다”며, “기술·설비 투자가 부족한 기업일수록 손실 흡수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기 침체가 아닌 구조적 문제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출, 38.4% 증가하며 사상 최고치 기록
반면, 반도체 산업은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수출통계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8.4%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메모리, 로직, 시스템 반도체 전 부문에서 고르게 수요가 증가한 결과로, 특히 AI 연산처리용 고성능 반도체가 글로벌 시장을 견인하며 수출 실적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확장과 생성형 AI 기술 확산은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AI 전용 DRAM에 대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HBM3E·HBM4 양산 체제로 전환하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또한, 첨단 파운드리 기술과 패키징 역량 강화 역시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하고 있으며, 전 세계 고객 맞춤형 수요에 대응하는 유연한 공급 전략이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반도체와 자율주행칩, 초고속 연산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확장을 통해 글로벌 반등의 기회를 실질적인 실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 간 전환 속도의 차이, 구조적 양극화를 만든다
이처럼 제조업과 반도체 산업이 보여주는 상반된 흐름은 단순한 업종별 경기 민감도의 차이라기보다, 산업 구조 전환에 대한 대응 속도와 정렬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다.
제조업 전반은 디지털화와 자동화, 스마트팩토리로의 이행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고정비 중심의 전통적 운영방식이 위기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반도체 산업은 AI 중심의 신기술 시장과 전략적으로 정렬된 제품·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회복이 아닌 성장을 주도하는 국면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 간 '전환 속도의 격차'는 향후 한국 산업 정책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정부와 기업 모두 산업별 맞춤형 전략 수립과 체계적 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KBR 전략 인사이트
- 제조업 대응전략: 단순한 경기 부양을 넘어, 제조업 고도화 및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반 투자와 중소기업의 생산성 혁신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 반도체 성장전략: 메모리 중심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고, AI,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고성장 산업군에 특화된 반도체 솔루션을 강화해야 하며, 차세대 패키징과 설계 인력 확보도 병행돼야 한다.
- 정책 방향성 제언: 산업별 구조적 속도 차이를 고려한 차등화된 정책 접근이 필요하며, 회색지대에 놓인 중간 산업군에 대한 전환형 지원도 중장기 전략에 포함돼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