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타격 불가피... 현지 생산 확대로 관세 회피 나서
한국 철강 제조업체의 생산 현장. 미국의 철강 관세 50% 부과로 국내 철강업계와 철강 파생 가전제품 제조사들이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사진=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6월 2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제조업이 전례 없는 관세 충격에 직면했다.
철강에 50%, 철강 함량이 높은 가전제품에 50%, 자동차에는 25%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한국 주요 제조업체들이 수십억 달러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매출이 전체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양사는 연간 수조원 규모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에서 가전까지, 전방위 타격 현실화
철강 파생 가전제품, 50% 관세 직격탄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6월 23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의 철강 및 철강 파생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미 상무부가 공식 발표했다. 이는 기존 25%에서 두 배로 인상된 수치다.
핵심은 철강 함량이 높은 가전제품들이 철강 파생품으로 분류되어 50% 관세 적용을 받는다는 점이다. 대상 품목에는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냉동고, 스토브, 오븐,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등이 포함된다. 관세 부과 기준은 제품의 철강 함량으로, 23일부터 적용되었다.
한국은 그동안 쿼터제(연간 263만 톤) 내에서는 무관세 또는 저율 관세 혜택을 유지하고 있지만, 쿼터를 초과하는 수출분에 대해서는 50% 고율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더불어 4월부터는 한국에 추가 상품관세가 부과되면서 이중 타격이 가해지고 있다.
자동차 관세 25% 부과 가능성, 추가 상승 우려
자동차 분야의 경우 25% 관세 부과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나, 2025년 6월 기준 실제 시행 여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자동차 노동자들을 더 보호하기 위해 모든 외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며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관세를 더 올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자동차는 한국의 대미 수출 1위 품목으로 지난해 미국 수출 규모가 347억 4,400만 달러(약 47조 5,000억 원)에 이른다. 관세 부과 가능성만으로도 이미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이 전년 대비 32% 급감하는 등 심리적 타격을 입고 있다.
대형 기업들의 현실적 대응 전략
삼성전자, 미국 매출 의존도 20% 이상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4년 연간 매출 300조 9천억원 중 약 20%가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LG전자도 2024년 연간 매출 87조 7,300억원 중 25%에 달하는 비중을 미국 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양사 모두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지만 현지 생산은 세탁기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되어 있다. 특히 냉장고는 대부분 미국 밖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철강 파생품 50% 관세의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제조기업 상당수, 직간접 영향권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의 상당수가 트럼프 관세 정책의 직간접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접 영향권에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46.3%로 가장 많았고, '직접 영향권에 있다'는 응답은 14.0%였다. 영향권에 속한 기업 중에서는 '미국 수출기업에 부품·원자재 납품하는 기업'(24.3%)과 '미국에 완제품 수출하는 기업'(21.7%)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고율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24.0%)였으며, '미국시장 내 가격경쟁력 하락'(11.4%), '부품·원자재 조달망 조정'(10.1%) 등이 뒤를 이었다.
대응 전략 1순위: 현지 생산 확대
삼성전자, 글로벌 10개 생산 거점 활용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에 가전 공장을 두고 있으며, 중국, 멕시코, 브라질,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이집트, 남아프리카공화국,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다양한 국가에 가전 및 TV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동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장은 "관세 정책은 계속 변하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며 "전 세계에 10개 생산 거점이 있는 만큼 이들을 활용해 파급효과를 넘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LG전자, 테네시 공장 풀가동 준비 완료
LG전자는 더욱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냉장고, 오븐 등을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부지를 준비해 놓았다"며 "부지 정비나 가건물을 올리는 작업을 이미 진행하고 있으며 관세가 발효되면 지체 없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LG전자는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에서 세탁기와 건조기를 생산하고 있으며, 멕시코 몬테레이, 레이노사, 리모스 등 세 곳의 공장에서 TV, 세탁기 등 주요 가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가격 인상 불가피, 5월 중 결정
LG전자는 관세 부담을 완전히 흡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미국 내 전자제품 판매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가전업체 중 가격 인상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첫 사례다.
조주완 사장은 "관세와 관련해 전사 차원의 시나리오를 지속 검토하고 대응하고 있고, 일정 수준 판매 가격 인상을 통한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며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조정을 병행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중소기업들
74.5%, '모니터링' 수준의 대응
조사 결과, 미국 관세의 영향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동향 모니터링 중'(45.5%)이거나 '생산코스트 절감 등 자체 대응책을 모색 중'(29.0%)인 기업이 74.5%에 달했다.
반면,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으로 '현지생산이나 시장다각화 등을 모색 중'인 기업은 3.9%에 그쳤고, '대응계획 없다'고 응답한 기업은 20.8%였다.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계획 없음'
특히 중소기업의 대응 역량은 더욱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향권 있는 중소기업 4곳 중 1곳은 '대응계획이 없다'(24.2%)고 답했고, '생산코스트 절감이나 관세회피 대응책을 마련 중'인 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었다.
주로 중소기업인 부품업종은 대미 수출 감소, 완성차 수출 감소 등 직접적인 수출 허브 역할을 하지 않는 경우에도 관세 영향권 안에 들 수 있다.
경제적 파급효과와 장후 전망
한국 경제 성장률 최대 0.7%p 하락 우려
주요 국제기구들은 미국발 관세가 중국경제를 경유하여 우리나라의 전반적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비관세 본질의 경제적 파급력은 관세보다 두 배 이상 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2025년 성장률 전망을 기존 1.9%에서 1.6-1.7%로 하향 조정했고, OECD는 2.1%에서 1.5%로 0.6%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정치적 불안과 함께 대외 무역환경 악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일부 긍정효과와 기대감도
다만 미중 갈등이 고착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전략적 가치가 제고되고 조선, 방산 등 일부 품목의 수출 경쟁력이 중국에 비해 높아질 가능성도 있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다.
정부와 기업의 종합 대책 필요
수출 시장 다변화 전략 시급
전문가들은 현재까지 중국과 미국에 대한 한국의 수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향후 이들 국가 간 무역갈등 심화는 한국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ASEAN, 유럽 등 새로운 신흥 시장으로 수출을 확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특정 국가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출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 지원 정책 강화 절실
독자적인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부 정보 공유 및 세제, 수출금융 등 자금 측면의 지원과, 국내 완성차 생산량 유지를 위한 금융지원, 내수판매 진작책 등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결론: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적 접근
미국의 철강 관세 폭탄은 한국 제조업에 단기적으로 상당한 충격을 가하고 있지만, 이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혁신 역량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들이 현지 생산 확대와 스마트 생산 전략으로 관세 충격을 완화하고 있는 것처럼, 중소기업도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시장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제조업은 기술력과 품질을 바탕으로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더욱 강화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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