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코 배드뱅크로 소상공인 채무조정 확대… 새출발기금 40조원으로 증액
[이재명대통령 비상경제 TF회의모습 (출처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캡처)]
이재명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채무 탕감을 위한 '배드뱅크' 설립에 본격 착수했다. 올해 9월 만기가 도래하는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출 처리를 위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전담 기구를 설치하고, 새출발기금 규모를 4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캠코 중심 배드뱅크 설립으로 부실채권 전문 처리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코로나 대출 탕감 방안을 구체화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검토 중이다. 배드뱅크는 자영업자의 부실 자산을 인수하고 정리하는 전문 기관으로, 운용 손실은 정부 재정으로 보전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민간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 소각을 목적으로 하는 배드뱅크를 캠코에 설치하는 방안을 핵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일반 금융거래 고객 외에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채권 소각 대상에 포함할 예정이며, 현재 구체적인 소각 규모와 대상 범위를 조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2023년 홍성국 당시 최고위원이 캠코에 배드뱅크를 설치하는 내용의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어, 관련 법적 기반 마련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9월 만기 코로나 대출 50조원, 시급한 처리 과제
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올해 9월 만기가 도래하는 대규모 코로나 대출 문제가 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코로나19로 유동성 문제를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 조치를 제공해왔다.
3월 말 기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 중 코로나19 피해를 감안해 9월 말까지 만기가 연장된 금액은 약 47조 4000억원이며,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대출은 2조 5000억원 규모다. 총 50조원에 가까운 대출의 만기가 일시에 도래하면서 취약계층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상황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은행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1분기 기준 0.71%로 2022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0.37%보다 거의 두 배 악화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서 많은 자영업자가 빚으로 빚을 갚는 악순환에 빠져 있어, 금융권에서는 9월 만기 대출금 중 상당 부분을 회수 어려운 악성 부채로 보고 있다.
새출발기금 40조원 확대, 원금 감면율도 상향 조정
정부는 배드뱅크 설립과 함께 기존 새출발기금의 규모와 지원 조건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30조원 규모인 새출발기금을 최소 40조원 이상으로 늘리고, 평균 70% 수준인 원금 감면율을 더욱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3월 기준 새출발기금 누적 신청 금액은 19조 3684억원이지만 실제 채무 조정액은 5조 5019억원에 그쳐, 지원 대상과 규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 신청액 중 일반 신용대출 같은 무담보채무 비중이 높아 국고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캠코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새출발기금에 신청된 채무액 20조 3173억원 가운데 상환 한계에 내몰린 부실 채권은 71.5%인 14조 5176억원에 달했다. 이는 코로나19 피해가 개인의 상환 능력을 넘어선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주는 수치다.
역대 최대 규모 채무조정, 정권별 탕감율 지속 상승
이번 배드뱅크 설립은 역대 정부의 채무조정 정책과 비교해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정권마다 대상과 한도에 차이가 있지만 최대 채무 탕감률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왔다.
노무현 정부의 한마음금융은 원금 33% 탕감, 이명박 정부의 신용회복기금은 50%,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기금은 70%까지 확대됐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연체자 159만명에 최대 6조 2000억원 규모의 소액 채무를 100% 감면했으며, 윤석열 정부는 30조원 규모의 새출발기금을 조성해 최대 80% 감면을 지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소득 수준에 따른 채무 소각을 포함한 과감한 조정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한 만큼, 이번에는 더욱 광범위한 채무 탕감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도덕적 해이 우려와 찬반 논란 가열
배드뱅크 설립과 대규모 채무 탕감을 둘러싸고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와 지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대 측에서는 대규모 빚 탕감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실하게 상환해온 차주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과 사회적 갈등 증폭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빚 탕감이 이어지면 모럴해저드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자영업자가 힘든 것은 맞지만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 대응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반면 지지 측에서는 코로나19 피해가 개인의 책임을 넘어선 사회적 재난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경기침체로 타격을 받은 차주의 평균 상환 기간이 9개월로 짧은 반면, 일반 연체 차주의 평균 상환 기간은 2년 6개월이라는 점에서 구분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로 타격받은 이들은 재정적 도덕성이 높고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며 무차별적 도덕적 해이 비난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한다.
재원 조달과 금융권 부담 가중 우려
배드뱅크 운영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도 중요한 쟁점이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외에 은행권 등 민간 금융기관의 공동 출자 방식이 거론되고 있으나, 금융권에서는 추가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은행권은 이미 윤석열 정부 당시 상생금융 자금 2조원 이상을 부담한 상황에서 추가 부담이 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캠코의 부채비율도 2022년 말 145.1%에서 2024년 213.7%로 빠르게 상승해 적정 기준인 200%를 넘어선 상황이라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엄격한 지원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채무자들의 재산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자구 노력에 적극 응하는 이들을 우선 지원하는 방식으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정책 실효성과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배드뱅크 설립이 취약계층 지원이라는 정책 목표 달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구조 개선 없이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과도한 자영업 비중과 내수 침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배드뱅크 설계 과정에서는 2022년 10월부터 운영된 새출발기금의 경험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원 대상을 무조건 확대하기보다는 빚 탕감 전력이 있는 대상을 제외하는 등 엄격한 기준을 통해 역차별 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또한 폐업 소상공인의 신속한 재기를 위해 취업 및 재창업 프로그램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새출발기금 약정 체결 후 재취업 교육을 받으면 원금의 최대 90%까지 채무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신중한 접근과 제도적 보완 필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배드뱅크 설립과 대규모 채무 탕감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엄격한 기준 마련과 함께 과도한 자영업 구조를 개선하는 근본적 대책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성실한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최소화하고 사회적 갈등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제도 설계가 요구된다.
50조원 규모의 코로나 대출 만기를 앞둔 시점에서 배드뱅크 설립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임시방편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의 실질적 재기와 경제 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적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