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 악화로 한국 경제 전방위 타격 우려
[군용 전투기 편대 비행 모습. (자료사진)]
2025년 6월 13일 새벽,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전면 공습하면서 중동 지역이 격랑에 휩싸였다. 이번 공격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이후 이란에 가해진 최대 규모의 공격으로, 현재까지 224명 이상이 사망하고 1481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이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전쟁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중동 정세 악화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충격파를 전달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 요소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소집하고 종합상황실을 가동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가 급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
6월 13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2.98달러로 전일 대비 7.2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근월물 종가는 배럴당 74.23달러로 전장보다 7% 상승했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2022년 이후 일일 상승폭으로는 최대치다.
국제유가 상승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에게 직접적인 타격으로 이어진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구매비를 포함하여 연관된 비용이 증가하므로 국내 유류 소매가는 빠르게 상승한다. 사용하는 석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환율이 상승하면 그 영향이 더 커진다.
국내 기름값은 환율 영향 등으로 이번주까지는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흐름 속에 다음주부터는 상승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유가는 통상 2~3주 뒤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에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다다음주에는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경계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이스라엘이 이란 원유 수출항 등 기반 시설을 공격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환율 급등과 주식시장 동요
중동 리스크는 외환시장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13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전일 대비 16원 이상 급등(원화 약세)하며 1371원까지 올랐다. 이는 중동 리스크로 투자자들이 달러 등 안전자산을 선호한 결과다. 한미일 재무장관이 구두 개입을 선언한 이후에 1370원대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또 원달러 환율은 다시 올라서 1382.2원으로 마감했다.
외환시장은 전통적인 안전통화인 달러화가 강세를 띠고 신흥국 통화는 약세를 보이는 흐름이 뚜렷할 전망이다. 한국 원화는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어 매도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1400원 선을 훌쩍 넘어 추가 급락할 요인도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았다. 한국 코스피도 이날 2900선 아래로 밀렸다. 한국은 글로벌 연동 하락에 더해 환율 상승에 따른 외국인 이탈이 겹쳐 급전직하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조정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긴급 대응과 에너지 안보 점검
정부는 중동 정세 악화에 즉각 대응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2차관은 14일 오후 2시 유관기관과 긴급 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석유·가스 등 에너지 수급 및 가격, 수출입 및 공급망 등을 중심으로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였다.
최남호 2차관을 팀장으로 하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석유·가스, 무역, 공급망 등 각 분야별로 산업부 소관국과 유관기관이 각 분야별 비상대응팀을 가동하여 상시 소통하고 일일 상황을 점검할 계획이다.
대한민국 해양수산부는 해운 관련 30여 개의 기업 및 단체와 긴급 안전 점검 회의를 열었으며 이 자리에는 한국해운협회를 비롯해 SK해운, 현대글로비스 등 주요 해운사들이 참석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운항하는 한국 선박의 안전확보와 비상상황 발생 시의 대응 체계를 재점검했다.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중동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있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모든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산업별 영향과 공급망 차질 우려
중동 전쟁의 장기화는 다양한 산업에 차별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정유사들은 단기적으로는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그동안 쌓아놓은 재고 가치가 오르기 때문에 이익이 급등할 수 있어서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며, 국내 정유 업계는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제조업계는 원자재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가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다. 특히 높은 무역의존도는 대외적 충격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고 안정성을 저해할 것이다.
해운업계도 수혜와 우려가 공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세계 핵심 원유 운송로이며 중동 지역은 전세계 1/3을 운송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으로 해운사들의 운송료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항로 위험 증가로 인한 보험료 상승과 운항 차질 우려도 존재한다.
전문가 전망: 3가지 시나리오별 분석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란 충돌의 전개 양상에 따라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시나리오 1: 제한적 충돌 - 양국이 상징적 공격에 그치고 확전을 피하는 경우다. 유럽외교협의회(ECFR)의 전문가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상징적인 응징 조치로 구겨진 체면을 세운 뒤, 확전을 피하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할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경우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나리오 2: 지역 확전 - 이란의 대리 세력들이 개입하면서 중동 전역으로 갈등이 확산되는 경우다. 중국과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이란 편을 들며 미국을 견제한다. 글로벌 금융시장 영향은 시나리오1보다 충격의 강도와 지속 기간이 커지는 모습이 전망된다.
시나리오 3: 전면 전쟁 - 미국이 직접 개입하면서 사실상의 제3차 중동전쟁이 발발하는 최악의 경우다. 블랙스완 이벤트에 준하는 충격파가 전 세계 시장을 강타할 것이다. 공포지수(VIX)가 급등하고 유동성 경색, 가격 급변동 등 금융시장 기능 장애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가 10% 상승시 글로벌 생산이 0.15% 포인트 감소하고 인플레이션은 0.4% 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최악의 경우 1973년 '오일 쇼크'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 영향과 한국의 대응 전략
중동 전쟁의 장기화는 한국 경제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2025년 한국경제 성장의 핵심조건은 반도체 경기 회복, 자동차 수출 지속, 내수 회복 등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중동 불안정성이 지속되면 이러한 성장 동력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외부요인이 변수로 작용할수록 내부 경제구조를 튼튼하게 만들어 흔들리지 않는 회복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에너지 안보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원 다변화와 신재생 에너지 확대를 통해 중동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그나마 할 수 있는 부분은 당초에 이야기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든가 이렇게 자산 친화적이고 투자 친화적인 걸 하려고 했던 정책을 그런 정책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것이 어쩌면 더 결이 다르지만 이런 것들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선이 더 신뢰를 가지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높은 무역의존도는 대외적 충격으로 인한 우리 경제의 변동성을 크게 만들고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내수 기반 확충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결론: 불확실성 속에서 선제적 대응 필요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한국 경제에 다층적이고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 주식시장 동요 등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산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과 경제성장률 하락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종합상황실 가동과 에너지 수급 점검 등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지만, 전쟁의 전개 양상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에너지 안보 확보와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해 대외 충격에 대한 회복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를 두고 "하메네이에게 좋은 옵션이 없다"라고 직접적으로 지적했다는 분석처럼, 이란 역시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어 상황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는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하며 성장 동력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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