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계획 확정률 3년 내 최저… 신입보다 경력직 선호 뚜렷
[사진 : 한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면접 모습 (출처 : 코리아비즈니스리뷰)]
2025년 5월 26일, 국내 대기업의 청년 신규채용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취업시장에 '고용 한파'가 닥쳤다.
대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채 경영 불확실성 속에서 보수적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와 대내외 리스크 확산으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청년층은 '취업 절벽' 앞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와 인크루트의 채용동향 분석에 따르면, 2025년 대기업 채용시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기공채는 크게 줄어들고 수시채용이 증가하는 가운데, 신입사원보다는 즉시 투입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채용 계획 확정률 급락, 경영 불확실성 반영
인크루트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채용 계획을 확정한 기업은 전체 897곳 중 65.6%에 그쳤다. 이는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2024년 71.3%, 2023년 79.3%와 비교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대기업의 채용 계획 확정률은 54.0%로 전년 대비 13%포인트나 급감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대기업 10곳 중 6곳(61.1%)은 올해 상반기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아예 채용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이 중 채용계획 미수립 기업이 41.3%, 채용이 없는 기업이 19.8%였다.
채용 계획이 미정인 기업들은 그 이유로 조직개편·인사이동(37.7%),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7.5%),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20.3%) 등을 꼽았다. 경기침체와 글로벌 불확실성이 기업의 채용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입공채 급감, 경력직 선호현상 심화
대기업의 채용 방식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신입공채의 급격한 감소와 경력직 수시채용의 확대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력직 수시채용 비율이 일부 조사 기준 64.8%로 전년 대비 27.5%포인트나 상승했다. 반면 신입 공채 비율은 19.8%포인트 크게 감소하며 구조적 변화를 보이고 있다.
채용 규모 측면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 인크루트 조사에서 한 자릿수 채용이 76.8%에 달하는 반면, 대기업의 세 자릿수 채용 계획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수백 명 단위로 신입사원을 뽑던 대기업들이 이제는 극소수 인원만 선발하거나 아예 채용을 중단한 것이다.
특히 '중고신입' 현상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졸 신규입사자 4명 중 1명(25.7%)은 평균 1.3년의 경력을 가진 중고신입이었다. 기업들이 교육 비용을 절감하고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청년고용률 연속 하락, 구조적 문제 심화
청년층의 고용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5년 4월 청년(15~29세) 고용률은 45.3%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4년 5월 이후 12개월 연속 하락한 것으로, 청년 취업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년 취업자 수는 361.8만명으로 전년 대비 17.4만명 감소했다. 생산연령인구 감소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2022년 11월 이후 30개월째 연속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41.5만명으로 12개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구직을 포기한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자리 미스매치 심화, 기업도 인재 확보 어려움
역설적이게도 청년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기업들은 적절한 인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들은 신규채용 관련 애로사항으로 '적합한 인재 확보의 어려움'(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연구·개발(28.8%), 전문·기술(27.1%), 생산·현장(20.0%) 분야에서 인력 확보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종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적극적으로 구인했으나 채용하지 못한 미충원 인원은 2023년 2.3만명으로 2020년(1.3만명)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구인인원 중 미충원인원 비중도 2020년 4.6%에서 2023년 6.7%로 확대됐다.
정부 정책과 기업 요구사항
정부는 청년고용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청년일자리 강소기업 280개소를 선정했으며, 미래내일 일경험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 4만8천명에게 일경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고용창출장려금 등을 통해 기업의 청년 채용을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지난해보다 1천명 증가한 인턴 2만2천명을, 중앙행정기관도 3천명 늘어난 5천명을 선발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대졸 신규채용 증진을 위한 정책과제로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투자·고용 확대 유도(39.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서 고용증가 기업 인센티브 확대(19.8%), 다양한 일자리 확대를 위한 고용경직성 해소(13.5%) 등을 제시했다.
AI 활용 채용 확산, 채용 트렌드 변화
채용 방식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AI를 활용 중이거나 활용을 고려하는 기업이 40.7%로 2024년 25.4%의 1.6배로 증가했다. 기업들은 효율적인 채용을 위해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수시채용을 활용하는 기업 비중도 63.5%로 전년 58.5% 대비 5.0%포인트 증가했다. 이 중 수시채용만 진행하는 기업은 26.2%, 공개채용과 수시채용을 병행하는 기업은 37.3%였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 기업들은 2025년 상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으로 수시채용 확대(19.9%), 중고신입 선호 현상 심화(17.5%), 조직문화 적합성 검증 강화(15.9%) 등을 꼽았다.
향후 전망과 대응 방향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신입채용 부진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과 함께 기업들이 효율성을 중시하면서 대규모 정기공채보다는 필요에 따른 선별적 채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크루트 서미영 대표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채용을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있으며, 경력직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신입 구직자들은 경력 우선으로 전략을 세우거나 인턴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일부 조사에서 대졸 인턴 채용 비율이 5.1%에서 13.0%로 상승하는 등 인턴 경험을 통한 정규직 전환 경로가 중요해지고 있다. 신입 구직자들은 대기업 직접 진입보다는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나 인턴십 경험을 우선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2025년 대기업 청년고용 현황은 한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함께 기업과 청년 모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심층분석] 대기업 청년고용 위기, '구조적 변화' 신호탄](https://epzvqcvbpcduaglyoici.supabase.co/storage/v1/object/public/news-images/legacy-cgi/2025/05/26/1748229074_84220.png)